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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했다.

교내 백일장에서 조차 이렇다할 입상을 하지 못했으면서도

나는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아, 혹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여 자칭 문학소년이라 칭하고 다녔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글 쓰는 것이 두려워 졌다.

나의 세상이 어떻게 좁은지
, 실제의 그 것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나의 생각이 내게 주입된 것들로 어떻게 잘 길들여졌는지.

나의 사고가 철저히 비논리적이라는 것.

나의 표현력이란, 내 안의 욕망들을 그저 주절주절 나열하기만 한다는 것.

이런 사실들을 점점 알아갈 수록 나는 더욱 자신 없어진다.

-이런 말하기 곤란한 긴 침묵을 움베르토 에코는 어떻게 나타낼까?-

머리가 크고 과학을 공부하며 이런 상상을 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진동의 형태(물리적 형태)로 공중을 떠돌아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 인식이 된다. 그리고 그 음파를 담은 진동은 공기 중에 전달되며 점점 약해진다. 그렇다면 혹시 과연, 우리의 입술에서 나온 말은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주 작은 형태로 영원히 보존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쓰는 글을 또 어떤가? 무심결에 쓰는 원고. 학교 숙제. 친구들에게 썼던 조악한 편지. 내가 잊어버린 사이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자신이 썼던 편지를 몇 년이 지난후에 본 적이 있는지. 지금같아선 도저히 보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느껴지는 것은,

-나는 참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어려서부터 생각해왔지만, 최근에야 감성적인 동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 늦은 밤에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혼자서 마음껏 생각할 수 있고, 나의 비논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자라기 위한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앞으로 계속 나는 나의 비논리를 펼쳐볼 것이고.

그러는 가운데 점점 다듬어질거라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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