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ebuch

[2005. 8. 4] 이런 세상에서 예수 믿는다는 것은

구름처럼붉은 2005. 8. 4. 14:49

고등부 반 애들 2명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애들아, 어디 가고 싶니?"

"선생님, 아웃백요."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마음에도 없던 '아웃백스테이크'에서 먹게 되었다.

그래, 난 너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착한 선생님이야.

지금 주머니엔 5만원이 있고, 겨우 생색낼 수 있겠군.

자, 이제 맛있는 점심 사 먹이고, 고민 "쫌" 들어주고, 좋은 말 "쫌" 해주고 교회 착실히 나오라고 말하고, 저녁에는 돌아가서 반 애들 하나 하나 전화해서 관심가져 주고, 그렇게 멋진 선생님이 되는 거야.

선생님이 비싼거 사 먹이니까 너희들 알아서 착하게 굴겠지.

"아무개야, 넌 앞으로 어떻게 살면 행복할 것 같아?"

"돈 많이 벌고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요. 한 200평 되는 집에 살면 멋지잖아요."

"음.. 그렇구나 아무아무개야, 넌 어때?"

"잘 모르겠어요, 복잡하고 엉망진창이에요, 살기가 힘들어요."

"그래, 아무아무개는 어떻게 살명 행복할 것 같아?"

"돈 많이 벌면 행복하잖아요."

"그렇구나, 그런데 선생님 생각엔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 있잖아, 전 세계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도 조사를 했는데 미국이나 유럽나라들은 모두 10위 안에 들지 못했단다. 1위는 어딜까? 방글라데시야. 풍요로움이 행복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 결국... 흔해빠진 사랑얘기.

아무아무개의 아버지가 의성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교통사고의 합의금을 마련할 수 없어서. 6개월에서 1년. 그의 어머니는 아무아무개가 보는 앞에서 이혼서류를 모두 마쳤다. 아무아무개는 3일째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내일은 아버지 면회를 가야하는데 엄마가 못가게 한다며 내게 교통비와 물품비 6만원을 빌려달라고 한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노련한 선생님은 어디 갔는가. 가만, 지금 내게 6만원의 돈이 없잖아. 이런 젠장.

나를 한동안 바보로 만들어 버린 오늘의 상황. 하나님 보고 계셨습니까.

4년이나 교회를 다녔으면서도 복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아무아무개. 그를 누르는 믿음에의 강요를 그는 폭력으로 느끼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반. 흔들리는 가정. 그가 디디고 서야 할 땅은 어디일까.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에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생님, 저도 믿으려고 노력해야하지만요, 안 믿어져요."

도데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나 알고 있을까, 아무아무개는.

말씀을 보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않고, QT를 하지 않는 나에겐 도무지 선한것이 나올 것이 없었다.

주여, 주여, 주여.

'아무아무개야, 지금이 힘들지만 고민들로만 지나간다면 큰 상처로 밖에 남지 않을거야. 선생님이 아는 하나님은 고통을 즐기시는 분이 아니시고, 때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더 큰 것을 주시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허락하신단다. 하나님, 당신이 계시다면 저를 도와주세요. 라고 기도해보자. 하나님 아무아무개의 가정을 하나님의 평안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나는 과연 이 말과 기도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